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반대를 무시한 채, 지난 1일 각의 결정을 거쳐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기어이 신청했다. 사도광산은 에도 시대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 전쟁 이후 구리, 철 등 전쟁 물자 확보 광산으로 활용됐다. 당시 일제는 조선인을 대거 강제동원해, 소재지인 니가타현이 자체 발간한 역사책에도 조선인 강제연행을 인정하는 기술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세계유산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7)로 한정하는 기상천외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당사자 간 대화를 거쳐야 한다. 2015년 중국이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자 강력 반발한 일본 주도로 심사제도가 개편됐는데, 이후 세계유산에도 비슷한 취지의 지침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7년 한국 등 8개국 15개 시민단체가 공동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이 조항을 무기로 가로막은 바 있다. 그래서 일본이 주변국과의 협의 없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진에 나서는 건 후안무치한 태도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비판이 인다. <마이니치신문>은 1일 사설에서 “세계유산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제도”라며 “이웃 나라와 대결 자세를 연출하려는 생각으로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와 일본 내부의 비판, 그리고 낮은 통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보수표를 의식한 기시다 일본 정부는 물러설 기색이 없다. 지난 1일 첫 태스크포스 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인 추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달 28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국제사회를 무대로 한-일 역사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내년 여름 새 정부에서 결론이 난다. 정권이양기에 흔들리지 않고 연속성 측면에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국의 주장이 역사적 정당성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만큼, 중국 등 관련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또 이번 한-일 대결에는 사도광산 강제동원뿐 아니라, 한일병합의 불법 여부 등 근본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정부 차원에서 깊고 폭넓은 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