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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판부 회피’ 원칙 안 지킨 윤석열 후보 장모 2심 재판

등록 2022-01-26 18:01수정 2022-01-26 20:43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여원을 편취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5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최씨 이름 일부를 따서 요양병원 이름을 짓고 최씨의 큰사위가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도 “그렇더라도 병원 개설·운영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만 달리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관계는 그대로인데 재판부 판단에 따라 1·2심 판결이 정반대로 갈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심 재판장과 최씨 변호인 사이에 상당한 학연 및 업무상 연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관계가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와는 별개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한 흠결이 아닐 수 없다.

2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5부 윤강열 부장판사는 최씨 변호인 중 한명인 유남근 변호사와 고려대 법대 동문에 사법연수원 동기다. 더욱이 판사 출신인 유 변호사와 윤 부장판사는 2012~13년 수원지법, 2014~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가량 함께 근무한 사이다. 최씨 변호는 지난해 8월 2심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심에 이어 손경식 변호사가 주로 맡았는데, 2심 재판부가 최씨의 보석을 허가한 직후인 지난해 9월 유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추가 선임됐다. 또 윤강열 부장판사는 윤석열 후보와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이런 경우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법관 스스로 재판에서 손을 떼는 ‘회피’나 검찰·피고인이 법관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 제도가 마련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법관 역시 이런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서울고법은 2016년 재판부와 변호인이 일정한 연고 관계가 있으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시기 재판부 또는 같은 업무 부서 근무 등 구체적 기준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변호인이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바뀐 사례들이 있다.

최씨 재판장인 윤강열 부장판사와 변호인인 유남근 변호사의 관계는 법원이 정한 회피 기준에 여러 건 해당되는데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재판부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고, 검찰도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공소 유지를 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이번처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정치적 파장이 큰 재판이라면 평소보다 철저하게 회피·기피 원칙을 적용했어야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1·2심 판단이 극명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어야 했다. ‘재판은 실제로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공정하게 보여야만 한다’는 오랜 법 원칙에 비춰 이번 재판은 되돌아볼 대목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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