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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F-5E 조종사의 안타까운 희생, 헛되지 않게 하려면

등록 2022-01-13 19:01수정 2022-01-14 02:33

공군 F-5E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심정민 소령이 순직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에서 12일 오전 군 관계자들이 전투기 동체 등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공군 F-5E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심정민 소령이 순직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에서 12일 오전 군 관계자들이 전투기 동체 등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지난 11일 임무 수행을 위해 경기도 수원 기지에서 이륙하던 중 인근 야산에 추락한 F-5E 전투기 조종사가 민간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고 공군이 13일 밝혔다. 공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한 결과, 조종사인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심정민(29) 소령이 추락 당시 탈출할 시간이 있었지만 전투기가 주변 민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투를 벌인 정황이 발견됐다고 했다.

민간인의 피해를 막으려다 희생한 젊은 조종사의 죽음을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 심정민 소령. 공군 제공
고 심정민 소령. 공군 제공

심 소령의 명복을 빌면서 동시에 이번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전투기는 1986년 도입되어 36년이나 운용되었다. 통상 전투기의 정년으로 여겨지는 30년을 훌쩍 넘겼다. 충격적인 사실은 공군이 현재 이와 비슷한 F-5 전투기를 80여대나 운용 중이라는 것이다. 2000년 이후에만 F-5 전투기 12대가 추락했다. 조종사들은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매일 목숨을 걸고 노후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고 있다고 한다.

공군은 F-35A 스텔스전투기와 공중급유기,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 최첨단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지만, 최소 400대의 전투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후 기종을 함께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국산 전투기 개발을 위한 ‘KF-21 사업’이 시작되었지만, 이후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면서 사업 추진이 계속 미뤄져왔다. 지난해 KF-21 시재기가 공개됐고 2026년부터 2032년까지 12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일정대로 진행될지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상당 기간 노후 전투기를 계속 운용한다면 조종사들의 억울한 죽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군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빈말에 그쳤다. 더 이상 이런 무책임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군이 나서 전력 공백을 최대한 줄이면서 노후 기종을 서둘러 퇴역시킬 방안을 내놔야 한다. 노후 전투기의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조종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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