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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용진 부회장의 가벼운 언행, 이런 게 ‘오너 리스크’다

등록 2022-01-11 18:12수정 2022-01-11 21:4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1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1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타벅스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해시테크 논란에서 비롯한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에 불매의 뜻을 밝히고, "낡고 철 지난 색깔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불매운동 조짐에 신세계 주가는 10일 6.8%나 하락했다. 11일 3% 가까이 반등했지만, 불매운동의 향배는 신세계에 적잖은 리스크로 남아 있다.

정 부회장의 ‘멸공’ 관련 글은 지난해 11월15일 인스타그램에 붉은색 지갑과 피자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것이 시작이다. 이틀 뒤 '난 콩이 상당히 싫다'는 글을 또 올렸고, 지난 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실린 기사 캡처 화면을 올리고 '멸공'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신세계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까닭에 적지 않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발 더 나갔다.

1월5일 자신이 올린 글을 인스타그램 쪽이 ‘폭력 선동’으로 분류돼 삭제 처리하자 정 부회장이 “왜 이 글이 폭력 선동이냐”고 항의했고 글이 복구됐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안내문을 갈무리해 올리며 거듭 ‘멸공’을 외쳤고 ‘중국의 안하무인 태도에 우리 정부가 항의 한번 못 한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또 ‘멸공’이라 썼다. 이어 ‘멸공’이 ‘중국보다는 우리 위에 사는 애들’을 향한 것이라고 쓰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며 그를 응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논란은 시민들이 신세계 ‘불매운동’과 ‘멸공 구매운동’으로 충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업 경영자도 정치나 외교 등 현안에 대해 말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책임감을 갖고 진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정 부회장의 가벼운 언행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얄팍한 정쟁의 불쏘시개로 쓰였다. 그러면서 일부 고객의 감정을 상하게 해 불매운동을 불렀으니 기업엔 손실이다. 손실은 애꿎은 소액주주들에게까지 미친다. 그런데도 정 부회장은 11일에도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가 글을 고치거나 삭제했다. 재계 순위 11위 그룹의 총수라고 하기에는 언행이 너무 경박하다. 이쯤 됐으면 경영에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나서서 적절히 제어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래야 정상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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