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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총 2조 상장사에서 1800억대 ‘직원 횡령’이라니

등록 2022-01-04 18:27수정 2022-01-05 02:33

서울 강서구 오스템인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오스템인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회사 직원이 18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가 알려지자 한국거래소는 즉각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상장을 유지해도 될지 심사를 하게 될 텐데, 상장 폐지를 피해 주식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 손실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치과용 임플란트와 치과용 소프트웨어 제조·판매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년 매출액이 8천억원대로 추정되는 큰 기업이다. 주식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일 시가총액은 2조386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22위에 올라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 이아무개씨가 회삿돈을 빼돌려 고소했다고 3일 공시했다. 이씨의 횡령 금액은 회사 자기자본(2047억원)의 91.8%에 이르는 188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회사 재산을 송두리째 빼돌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횡령액이 상장사에서 일어난 횡령 사건 가운데 역대 최고액일 것이라고 한다.

이씨가 재무관리팀장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거액을 쉽게 빼돌릴 수 있었는지 회사 쪽의 설명이 잘 믿기지 않는다. 회사 쪽은 이씨가 출금 내역과 자금수지, 잔액증명서를 위조하는 방법 등으로 회사 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이씨가 지난해 10월 1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주식 392만주(지분율 7.62%)를 주당 3만6492원에 사들였다가 되팔아 거액의 투자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와 같은 인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횡령이 이뤄진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회사는 이씨가 지난해 말 갑자기 출근하지 않자 그때서야 횡령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고 밝혔다.

담당 임원의 회사 자금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상장사 내부통제시스템의 허술한 단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대주주야 경영진을 선임하는 만큼 관리 책임을 공유한다지만, 경영에 별 영향력이 없는 소액주주들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우리 증시는 기업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남북 대치 상황, 재벌 기업 대주주의 사익 편취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경영의 허술함까지 가세해서는 앞날이 밝지 않다. 주주들이 이사들의 허술했던 경영관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재판에서 이겨, 재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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