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선대위 구성을 두고 윤석열 후보 쪽과 갈등을 겪다 울산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추대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선대위 업무에 복귀한 지 18일 만이다. 후보를 도와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상임선대위원장이 후보의 측근들과 알력을 빚다 한달 사이 두번이나 보직을 사퇴한 것은 책임의 소재와 경중을 떠나 그 자체로 민망하고 볼썽사나운 행태다. 후보와 당 전체가 국민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정상이다.
이 대표가 선대위 보직 사퇴를 선언한 데는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있었던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다툼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 최고위원이 윤 후보의 메시지라며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소극 대응을 지적했고, 이 대표가 ‘핵심 관계자발로 보도되는 나와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한 내부 공격도 단속하라’고 지시하자 조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한 ‘자중지란’ 양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면서까지 보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배경에는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이란 차원을 넘어 윤 후보와 측근 세력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 최고위원이 윤 후보의 ‘당내 메신저’를 자처해왔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선거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전형적인 권력투쟁의 모습이다.
당대표의 권위마저 무시하는 조 최고위원의 안하무인과 걸핏하면 ‘보직 사퇴’와 ‘당무 거부’로 으름장을 놓는 이 대표의 협량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윤 후보의 무책임한 태도다. 윤 후보는 이번 선대위 충돌 사태를 두고 기자들이 의견을 묻자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호가호위하는 측근의 하극상이 빚어낸 내분을 ‘민주주의’라고 감싼 것이다. 책임감을 느끼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정리해야 할 후보가 얼치기 평론가처럼 무책임한 논평이나 내놓고 있으니 내분이 그칠 까닭이 있겠는가. 이날 이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 가운데 이 말만은 윤 후보가 분명히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가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