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의 불법 도박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높은 상황에서, 후보 가족들의 불미스러운 일들까지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6일 아들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어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과 인터넷 언론사 합동인터뷰에서도 거듭 사과를 하면서 “어떤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새벽 ‘이 후보의 장남 이아무개(29)씨가 2019~2020년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비록 성인 자녀의 일이라고 해도 대선 후보 가족의 불법행위는 공적 관심사로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가 사과하고 처벌과 치료 등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관계 당국은 유력 후보의 아들이어서 봐줬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일반 국민과 똑같은 잣대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이 계속 추가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16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김씨가 2001년 한림성심대 강사 임용을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 미술 공모전 수상 이력을 허위로 기재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2003년에는 미술전시회 도록에 전시 경력을 실으면서 ‘삼성미술관 기획 전시’에 참여했다고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 마치 양파 껍질처럼 ‘허위 이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김씨가 전날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국민께 불편함과 피로감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을 ‘공식 사과’로 보느냐는 질문에 “사과에 공식 사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허위 이력’이 ‘십수년 전 사인으로서 관행에 따라 한 것’이라는 전날 주장을 이어갔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한술 더 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20년 했다”며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죽음을 덮기 위한 공작일 수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상식 밖의 발언에 말문이 막힌다.
잇따라 제기되는 후보 가족들의 의혹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법은 성실한 소명, 진솔한 사과, 합당한 처분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발뺌과 궤변은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만 키운다는 걸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