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14년 전 경기도의 한 사립대학에 교수로 임용될 당시 지원서에 경력과 수상 기록을 거짓으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김씨는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윤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부적절한 처신이다. 제1야당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라면,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소명할 의무가 있다.
14일 <와이티엔>(YTN) 보도를 보면,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지원서의 경력란에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 재직 이력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경력 등을 적어넣었다. 하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김씨가 일을 시작했다고 밝힌 시기보다 2년 뒤에 만들어진 단체였고, 협회 관계자들은 기획팀과 기획이사란 직책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김씨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가 2004년 8월 대상을 받았다고 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역시 주최 단체에 확인해보니 김씨의 개명 전 이름으로 출품한 작품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수상 이력을 거짓으로 채워넣었다는 얘기다.
더욱 황당한 것은 김건희씨의 해명과 윤석열 후보의 반응이다. 김씨는 기획이사 이력에 대해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근무 기간을 잘못 기재하는 착오가 있을 순 있지만, 재직 증명서를 위조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허위 수상 기록에 대해선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했다. 잘못에 대해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온 윤 후보도 김씨와 다르지 않았다. 윤 후보는 “(수원여대 제출 서류는) 시간강사나 다름없는 겸임교수 자리에 지원하면서 ‘참고자료’로 쓴 것”으로 “(기획이사 이력은)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고, 수상 (기록)도 ‘완전히’ 날조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소한 흠결을 언론이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투다.
김씨의 결혼 전 사생활은 검증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허위 경력을 이용해 취업을 했다면 명백한 범법 행위다. 김씨가 성실하게 소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