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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주주의 정상회의’로 갈라진 세계

등록 2021-12-10 18:28수정 2021-12-10 20:44

9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한 110개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한 110개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세계 110개국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9~10일(현지시각) 이틀 간 열렸다.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할 때부터 ‘전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구하겠다’며 준비해온 행사이지만,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전세계에 걸쳐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속적으로 도전받는 상황”이라며 이런 흐름은 “독재자들의 외부 압력에 의해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재자들’이 누구라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나라들을 규합해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영상 연설에서 “권위주의가 국민을 억압할 때마다 한국 국민들은 평화적인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전시켰다”며 ”한국은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세계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의가 과연 민주주의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행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초청국 가운데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등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국가들이 포함돼 ‘민주’의 기준부터 논란이 일었을 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 민주주의가 망가져 가는 상황에서 이런 회의를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미국 언론들에서도 나왔다. 민주주의 회복은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고 미-중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며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이번 정상회의를 열자, 중국은 <중국의 민주> 백서를 발표하고 “미국 민주는 가짜”라고 비난하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민주가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선전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은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신장위구르 수용소, 홍콩 국가보안법 등 심각한 인권 침해부터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미-중 갈등이 가치와 이념을 기준으로 한 ‘선-악’ 구도 아래 세계를 두 진영으로 가르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타협은 불가능해지고 극한 충돌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세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평등과 혐오를 극복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고 코로나와 기후위기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절실한 때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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