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혜화역 안에서 장애인 이동권 관련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제공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 연대’가 9일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1시간 30분 동안 폐쇄한 것은 장애인 권리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일 오전 장애인들이 서울지하철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관련 선전전을 벌이겠다고 하자, 아침 7시30분부터 9시까지 지하철역 출구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했다. 장애인들의 시위를 원천 봉쇄하려는 치졸하고 반인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인권위 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하루빨리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장애인들이 지하철 승강장 선전전에 나선 것은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의 연내 개정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안은 시내버스 회사가 새 차를 들여올 때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탄 채 쉽게 차에 오를 수 있도록 바닥이 낮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교통 수단이다. 그러나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8.4%(지난해 9월 기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 계획’에 따른 목표치(2011년까지 31.5%, 2021년까지 42.1%)에 한참 못 미친다.
저상버스 보급률을 높이려면 법 개정이 꼭 필요하지만, 국회에선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소수자’의 문제가 늘 그렇듯이, 언론과 사회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혼잡한 출근길에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 승강장에 나선 데에는 이처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왜 다른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냐고 타박할 일만은 아니다. 더욱이 ‘불법 시위’(휠체어 승하차)를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주장과 달리, 장애인단체 쪽에선 승하차 시위는 하지 않고 승강장 선전전만 벌이겠다고 사전에 밝혔다고 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01년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70대 장애인이 추락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버스와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는 등 다소 거친 방식도 동원된다. 그래야만 세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가 도입된 것도 사실 이런 투쟁의 결과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절박한 삶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