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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차별금지법 심사기한 재연장, 국회의 직무유기다

등록 2021-11-10 18:07수정 2021-11-11 02:34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2일 부산을 출발한 도보행진단 이종걸 활동가와 이날 서울 금천구청에서 출발한 도보행진단이 10일 행진 도착지인 국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2일 부산을 출발한 도보행진단 이종걸 활동가와 이날 서울 금천구청에서 출발한 도보행진단이 10일 행진 도착지인 국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의 심사기한을 재연장하기로 했다. 이미 한차례 연장했던 기한(10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이번에는 아예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29일로 잡았다. 2007년 법무부의 법 제정 추진 이후 되풀이돼온 ‘자동 폐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국회에서는 입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날짜로 표현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지난 6월14일 국민 10만명이 제출한 청원의 의미를 가볍게 보지 않고는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실망스럽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소속 의원들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게 지난 3일이었다.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튿날 “차별금지법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며 “여야 정책위 공동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 뒤 사정 변화라면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밝힌 거 말고 없다. 결과적으로 일부 기독교계가 여당 후보를 통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의 호언을 식언으로 만든 꼴이 됐다.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십수년째 되뇌고 있지만, 정작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안에서조차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도 심사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사회는 빠르게 합의 수준을 높여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89%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2013년의 59.8%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달성됐다고 보아 마땅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2일 부산에서 출발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500㎞를 걸어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연내 논의 계획을 밝히고, 구체적인 논의를 바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국가인권위도 “국회가 법 제정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혐오를 당연시하는 일부가 비판받기는커녕 우리 사회의 인권 상식을 정상화하자는 입법 과정에서 과잉대표되는 현실은 민주주의 운영 원리에도 반한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입법 절차를 당장 시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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