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이 폭증하고,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도 뚜렷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올들어 전셋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전세자금대출이 폭증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까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들어 8월까지 10.30%나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10.25%)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 탓인지 전세대출은 올해 6월 149조원으로 2019년 말보다 무려 40조원이나 급증했다. 전세대출이 가계대출을 주도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도 뚜렷하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1만5848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이 39.4%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2019년 말 29.5%에서 2020년 말 34.2%로 높아지더니 이제는 40%에 육박했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월세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세대출 급증은 집값과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전세금 자체가 커진 점, 전세대출을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 전세대출로 보증금을 내고 여윳돈은 자산투자에 나서는 현상 등 다양하다. 월세화 또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전세금 마련이 어려워진 세입자 증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세대출 금리가 아직 낮기는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월세는 전세보다 그 부담이 2배 이상 높다는 건 세입자들은 다 아는 얘기다. 전세를 찾기도 어려운 데다 전세금마저 부담스러워 세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월세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주택 임차 방식으로 그동안 ‘월세-전세-자가’로 올라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전세금이 주택 투기의 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집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서민 주거 지원은 월세 보조보다는 전세대출 보증에 치우처져 있다.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면서도 전세대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집값 상승→전셋값 상승→집값 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한 월세 지원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주거급여를 약 1900억원 늘리고, 독립가구 저소득 청년층에게 월 20만원의 월세를 1년간 한시 지원하는 내용을 담긴 했다. 그러나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거비 보조나 월세세액공제 등을 대폭 확대해 서민들의 월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