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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언론개혁은 시대적 과제, ‘숙의의 시간’이 시작됐다

등록 2021-08-31 19:03수정 2021-09-01 02:38

여야, ‘언론중재법 협의체’ 합의 환영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도 함께 다루길
언론계도 ‘자기 개혁’의 모습 보여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31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담은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31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담은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관련 ‘8인 협의체’를 구성해 개정안을 논의한 뒤 추석 연휴 직후인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31일 합의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던 여야가 합의 처리를 위한 시간을 번 것은 다행이다. 나아가 정치권 밖으로 외연을 넓혀 협의의 틀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쟁점 사안을 다루는 데만도 8인 협의체의 인적 구성과 활동기간이 충분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국회 안에 특별위원회 형식의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의 추가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날 합의는 두 당이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국회가 파국으로 가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독주’ 프레임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언론개혁운동 진영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일부 조항의 악용 소지를 들어 강행 처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계속 밀어붙였다가는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엄존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대안도 없이 계속 반대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8인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서 또다시 정치적 이해에만 매달리면 여론의 강한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두 당 모두 유념하기 바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합의가 언론중재법 사태를 거치면서 언론개혁이 시대의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사실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언론개혁운동 진영은 두 당이 짜놓은 협소한 틀 안에서 제한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도 언론개혁의 필요성뿐 아니라 큰 밑그림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포털의 뉴스 서비스 규제, ‘가짜 뉴스’ 생산과 유통의 강력한 플랫폼으로 떠오른 유튜브 등 에스엔에스(SNS) 문제 등 언론의 신뢰 회복과 책무 강화를 위한 개혁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들 모두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다.

합의안대로라면 8인 협의체는 양당 의원 각 2명과 각자 추천한 언론계 및 전문가 2명씩 모두 8명으로 구성된다. 두 당의 기존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고 확대 재생산할 가능성이 농후한 구도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는 언론중재법 쟁점 조항에 대한 합의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지금 국면을 두 당의 정치적 대결 구도로 축소해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우면서 언론개혁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언론현업단체들의 합의로 추천받아 참여시키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언론현업단체들은 독자적으로라도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리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국회의 협의체 안으로 수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효율적일 것이다.

어렵게 마련된 협의체를 언론중재법 개정안 조항 몇개만 놓고 활동하다 끝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단 정해진 시한까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집중적인 숙의를 거쳐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를 차단하면서도 악의적인 보도에 따른 시민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를 마련하되, 이참에 언론개혁과 관련한 주요 과제를 정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것도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어느 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언론개혁을 이루는 데 더 적합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언론계의 책임 또한 무겁다. 언론이 신뢰가 아닌 조롱의 대상이 될 동안 모습조차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언론 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누가 봐도 미덥지 않다. 모처럼 맞이한 언론개혁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려면 자기 개혁에 대한 각오를 더욱 단단히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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