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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미 훈련’ 비난한 김여정 담화, 북한 ‘긴장 고조’ 말아야

등록 2021-08-10 18:50수정 2021-08-10 18:58

10일 조선중앙TV 진행자가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강하게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촬영, 연합뉴스
10일 조선중앙TV 진행자가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강하게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촬영, 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한국을 향해서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이라고 했고, 미국에 대해선 “침략전쟁연습을 강행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향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도 “위선”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남북 군 통신선과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달 들어 두차례 나온 ‘김여정 담화’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지난 1일 김여정 담화는 “북남 관계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연합훈련의 유예·중단을 요구했다. 만약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될 수 있었다면 바람직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훈련 연기 여부는 한국과 미국이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할 문제다. 북한의 압박성 담화는 결과적으로 남쪽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부작용만 낳았다.

10일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한미 훈련을 “침략전쟁연습”으로 규정한 것도 근거가 없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참여 인원 등 규모를 대폭 줄여 실시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연습이며, 방어와 반격의 형태로 진행된다. 전략무기도 배치되지 않고 야간 기동훈련도 실시하지 않는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전략핵무기 개발도 선언한 북한이 한미의 소규모 방어훈련을 “침략 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아울러 훈련 규모 축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미 양국이 5월부터 논의해 왔는데, 보수 언론들이 이를 ‘김여정 하명’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책임한 공세다.

북한이 진정으로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를 원하다면 남북, 북미 대화의 장으로 나와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주고 받는 가운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언급하고,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상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설득과 소통을 계속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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