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 원피스 수영복 형태 레오타드 유니폼이 아닌 발목까지 하반신을 가리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이 하반신이 드러나지 않는 전신 유니폼을 입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 대표팀은 “무엇을 입을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인데도, 울림이 작지 않다. 같은 스포츠 경기인데도 노출이 많은 유니폼이 유독 여성 종목에 집중돼 있는 현실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또한 여성이 스포츠에서 얼마나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노출이 많은 유니폼은 여성 선수의 주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 설령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더라도 선택권은 어디까지나 선수 당사자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지난주 유럽핸드볼연맹이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이 비키니 팬티 규정을 어기고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선수당 150유로씩 1500유로(약 2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헌장에 ‘인종, 성 등에 따른 차별 금지’를 못박고 있다. 올림픽이 회를 거듭할수록 여성 종목이 증가하고, 여성 출전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여성 비율이 48.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선수 유니폼의 성평등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여성 선수의 유니폼이 중요한 흥행 요소로 간주되고 있고, 여기에 미디어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림픽이 성상품화의 무대가 되지 않으려면 성차별적인 유니폼 규정부터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우리 양궁 여성 대표팀 안산 선수의 쇼트커트 머리를 두고도 뜬금없고 시대착오적인 페미니즘 논쟁이 벌어졌다. 어떤 정체성이나 특성에 대해서도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이 구현됨으로써 다른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