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로나19 서울시 동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환경미화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는 학원 종사자, 운수 종사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이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우선 접종 대상자에 콜센터와 돌봄 종사자, 농수산물 관련 종사자를 추가했다. 연합뉴스
12일 시작된 55~59살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첫날에 중단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접종 대상자 규모의 절반밖에 안 되는 물량만 확보한 채 예약을 받은 탓이다. 애초 17일까지 352만여명의 접종 예약을 받을 계획이었는데, 15시간 만에 공급 일정이 확정된 백신 물량 185만명분의 예약이 끝나 나머지 167만명은 예약을 하지 못했다. 백신 접종을 애타게 기다려온 국민들에게 큰 혼란과 허탈감을 안겨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예약이 늦어지는 것일 뿐 접종에는 차질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어설픈 일처리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빚어진 근본 원인은 고질적인 ‘백신 수급 불안정’에 있다. 물론 3분기에만 8000만회분의 도입이 예정돼 있는 등 전체 공급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지만, 문제는 공급 일정과 물량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분기별 도입 총량은 정해져 있지만 주간 단위의 공급 물량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언제든 일시적인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7월 들어 ‘백신 공백기’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모더나 백신의 경우 주간 단위 공급 계획을 늦게 통보해주는 경향이 있어서 접종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 확정된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뻔히 알았을 텐데 국민들에게 이런 사정을 알리지도 않고 계획한 대로 예약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가 모더나 백신 확보 물량에 맞춰 예약을 나눠서 받는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미 예약이 중단된 뒤였다.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대처 탓에 애꿎은 국민들만 속을 태운 셈이다. 4차 유행 본격화와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정부가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다.
재난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백신 접종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차제에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약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계속 공급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연령대를 더 세분화해 예약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