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밭에서 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서울 장롱 속에 늘 일주일치 잘 다려진 와이셔츠 10벌 정도가 걸려 있던 모습이 오버랩되어 떠오르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는 와이셔츠를 그렇게 입기 싫어하더니 왜 시골에 와서까지도 그 옷을 입으려 할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문제는 와이셔츠가 아니라 넥타이였다.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와이셔츠는 스트레스가 따라오는 옷이 아니라, 그냥 편안하고 시원한 고마운 옷이다. 등을 흠씬 적신 흰 와이셔츠 위로 부는 바람도 산들거린다. 오인숙/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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