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잠시 빌린 평온
가을이 되니 아침저녁으로 소슬바람이 붑니다. 서늘한 기운에 쓸쓸해질 일 없이 오히려 사지를 늘어뜨린 평온함에 몸을 묻습니다. 눈을 감으니 삶의 향기에 취해 흥겨워하던 옛 기억에 슬며시 잠겨 듭니다. 나라 안과 밖을 두루 스치거나 머물던 시간들입니다. 뉘 살아온 터 안에서 흙과 물 그리고 바람에 취해 바라본 삶이 있는 풍경입니다. 고단한 타인의 삶을 빌려 잠시 내 안의 평온을 얻고는 금세 고개를 숙여 봅니다.
임종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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