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고립되지 않은 섬
어수선한 한낮의 부침이 걷히고 도심의 밤은 점점 깊어갑니다. 길가의 가로등이 점차 빛을 발할 즈음에 이르러 오늘 하루 지친 심신을 달랠 데를 찾아 걸음을 옮겨봅니다. 서울 한가운데 명동 언저리의 작은 언덕배기에 닿으니 낡고 투박한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옳아, 이곳이다 싶은데 더 오래되고 삭아버린 문짝 너머에서 기타 소리 섞인 목소리들이 춤을 추듯 들려옵니다. 부유하듯 떠돌던 삶은 이곳에 잠시 닻을 내리고 이내 스며들어가 봅니다. 이곳에 먼저 정박한 이들과 섞여 ‘고립’을 털어내는 춤 한판 추려고 말입니다.
임종진/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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