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김밥 한 줄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인 것 같다. 처음으로 자존심이란 것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다. 김밥 때문이었다. 어머니께서 소풍 가는 날 김밥을 싸주질 않으셨다. 그날만은 김밥 없이 소풍을 간다는 것이 같은 반 친구들 보기에 너무 창피한 것 같았다. 맨밥을 가지고는 갈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40여년이 되었다. 요즘은 김밥 한 줄에 1500원에도 판다. 물질적으론 어느 정도 풍요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도 풍요하게 살아가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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