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국밥 한 그릇
새들도 잠들고 아직 별빛이 총총한 이른 새벽,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온 마을 할머니들이 산속의 움막 등 농성장 시설물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2일 127번 송전탑 건설부지 아래서 땔감을 피워 솥단지에 국을 끓였다. “오늘 큰일들이 있을 거야. 기운들 내라고 특별히 쇠고깃국을 끓였어” 하며 국밥 한 그릇을 건네준다. 가슴이 뭉클거려 밥숟가락을 겨우 입에 욱여넣고 빈 그릇을 넘겨드리자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도해줘요” 하고 말씀을 잇는다. 기사 마감 때문에 내려온 산길을 보고 또 뒤돌아본다. 그곳에서 팔순을 넘긴 나이에 움막을 짓고 단식을 하며 공권력과 삐뚤어진 보수언론과 맞서 싸우며 목에 쇠사슬을 두른 할머니들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국가라는 권력은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힘없는 서민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뽑아낼 것인가.
밀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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