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탓에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품앗이로 회사를 쉬어야 했을 때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 긴 호흡으로 걸을 수 있는 ‘올레’(‘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가 방랑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경면 고산리 해안도로를 지나다 해녀 할머니들을 만났다. “어디 가세요?”라는 뻔한 물음에 “물질 간다”는 퉁명스런 대답. 사진 좀 찍어도 되냐는 부탁에 우린 사진 찍는 거 싫어한다시더니, “그래도 제주에 왔으면 이런 걸 찍어야지” 하신다. 등 굽은 할머니가 보여주신 푸근한 미소가 올레의 추억으로 남았다. 한 흉악범 때문에 닫힌 올레의 그 넉넉한 품이 다시 열리길 기다린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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