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도심의 한 건물 콘크리트 벽면 기둥 옆에 둥지를 튼 비둘기 부부가 알을 교대로 품으려고 임무교대를 하고 있다. 비둘기는 대개 두 개의 알을 낳아 보름여 동안 24시간 내내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한다. 비를 피하기도 마땅치 않은 장소에서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천둥소리와 밤하늘을 조각내는 번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흘 남짓 알을 품어온 이 부부는 맹금류의 공격에 알 하나를 잃더니 다른 알을 포기한 채 둥지를 떠났다. 황량한 도시의 삶에서 가정을 지키기가 힘들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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