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중국집으로 향했다. 시골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아버지가 나를 위해 주문한 음식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면이었다. 그날 내 손의 젓가락은 좀처럼 그 검정색 면을 붙잡지 못했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라 그랬을 것이다. 미끄러지는 면 사이로 그 맛있는 음식을 낯설어하는 자식의 모습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그날 이후 내가 그 음식을 얼마나 좋아했고, 그래서 중국집을 얼마나 많이 찾아다녔는지 모르실 것이다. 이제 나도 어느덧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다. 윤기가 흐르는 이 검은색 면을 집어들 때마다 문득 그때의 아버지 눈빛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 때문일 것이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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