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31일 서울에서 ‘2021 P4G 서울정상회의’가 열린다. P4G는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라는 뜻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협의체다.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차 회의가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회의다. 올해에는 4개 대륙 12개 나라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한다. 주제는 ‘포용적인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기업, 시민사회가 두루 참여하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리는 환경 분야 다자정상회의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2년 연속 신년사에서 이 회의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이번 회의가 시민사회의 폭넓은 지지 속에서 치러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기후운동단체 ‘멸종저항 서울’을 비롯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P4G 회의가 기후위기 극복이 아닌 ‘녹색 성장’이라는 잘못된 관념과 전략에 기초해 있으며, 기업들에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대신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한 대안포럼을 열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 녹색성장은 그린 워싱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오용된 탓이 크다.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도 그때 만들어졌다. 이 법은 녹색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기후변화와 환경 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등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으로 규정했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녹색’은 사라지고 ‘성장’만 남았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책 당국의 의지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P4G 반대 의견을 밝힌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머뭇거리고, 신규 석탄발전소와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인 게 원인이다. 탄소중립을 약속하면서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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