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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새 진보’에 거는 기대

등록 2006-02-02 17:56

이인우 사회부 기자
이인우 사회부 기자
아침햇발
양극화 가운데서도 교육 격차의 확대는 내남의 문제를 떠나 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한국인들에게 자녀 교육 문제는 단순히 현실 문제 이상의 정서적 울림을 갖기 때문이리라.

계층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의 최근 연구를 보면, 하위 20% 계층과 상위 20% 계층 사이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2001년 7.6배에서 2004년 8.6배로 더 벌어졌다.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3년 새 10만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상위 20% 집단은 56만8천원에서 83만7천원으로 늘었다.(〈한겨레〉 2일치 1면)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를 확대하고 있음을 추정케 하는 통계다. 이런 양극화의 통계들은 그나마 계층적 쏠림 현상을 막아주던 사회적, 윤리적 지탱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왜 양극화 해법이 시급한지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불거진 서울시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 논란은 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계층간의 시각차를 드러낸다.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강북 뉴타운 개발 지원책의 하나로 이 지역에 자립형 사립고 3곳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에서는 즉각 반대 성명이 터져나왔다.

현실적으로 볼 때 자립형 사립고는 많은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입시 명문학교’다. 하지만 엄청난 교육비와 고난도의 전형방식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학교에 내는 순수 교육비만 한해 1000만~1600만원대에 이른다. 부모의 평균연봉은 7천만~8천만원대에 이른다. 평등주의 관점에서 보면 자사고는 다수 주민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귀족학교’일 뿐이다. 반면, 보수우파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자율화 관점에서 접근한다. 자사고 수를 대폭 늘리면 문호도 넓어져 귀족학교가 아니라 중산층 학교가 되는 것이고, 정원의 30%를 저소득층 장학제도로 충원하면 계층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양쪽의 시각은 모두 일정한 명분을 갖고 있지만, 어느 쪽도 다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교육 문제가 여러 계층의 이해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사회적 합의를 이끌 정치·사회적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진보 성향의 학자, 지식인, 사회운동가 등이 주축이 돼 이념적 편차를 뛰어넘어 국가·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 그룹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지속 가능한 진보’로 자신들을 개념지은 ‘좋은정책포럼’ 김형기 공동대표(경북대 교수)는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사회의 대전환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며 모임 출범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새희망포럼’ 등도 “이념이 아니라 정책으로 말할 때”라는 점에 강조점을 찍고 있다.

베트남의 개혁·개방을 가능하게 한 동력은 사회주의 혁명을 이끈 호찌민의 대원칙,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원칙을 갖고 변화를 수용한다)에서 싹텄다고 한다. 미래를 염두에 둔 유연함과 상상력이야말로 고갈된 진보의 호수에 새로운 물을 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진보’가 공동체 구성원의 상생을 지향하는 대연대의 길, 타협 가능한 세계상을 그려 보이길 기대해 본다.


이인우 사회부 교육취재팀장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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