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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코로나19 백신 여권’의 유용성 / 구본권

등록 2021-04-13 15:28수정 2021-04-14 02:37

‘여권(Passport)’의 어원은 중세 유럽에서 국가 경계를 이루는 성벽 문(프랑스어 porte)이나 항구를 통과할 수 있는 문서라는 데서 나왔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여권의 형태는 <구약성서> ‘느헤미야서’에서 페르시아제국의 왕이 신하인 느헤미아가 유대 지역으로 여행하려 할 때 발급해준 ‘통행 안전 요청서’다. 강 너머 통치자에게 문서 소지자의 안전한 통행과 여행을 요청하는 이 문서가 만들어진 때는 기원전 450년경이다. 국가가 자국 시민의 신분을 증명하는 근대적 의미의 여권이 등장한 것은 1414년 잉글랜드의 헨리5세 때이고, 1920년 국제연맹에 의해 나라마다 제각각이던 여권이 표준화됐다.

국제적으로 새로운 여권 도입 논의가 무성하다. ‘코로나19 백신 여권’이다. 아이슬란드는 올해 1월26일 코로나 백신증명서 발급에 나섰고, 관광대국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은 관련 산업 회복을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스라엘과 덴마크 등은 코로나 백신증명서를 여행만이 아니라 식당, 영화관, 음악회, 스포츠행사 참석을 가능하게 하는 ‘그린 패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일 ‘백신 여권’의 4월 내 도입 계획을 밝혔다. 백신 여권은 스마트폰 앱으로 된 ‘코로나 백신접종 증명서’ 형태다.

코로나 백신 증명을 아프리카 일부 국가 입국 때 필요한 말라리아 예방약, 황열병 백신 증명 등과 같이 여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 특정 국가를 방문하는 사람의 감염 예방을 위한 증명과 달리, 코로나 백신 증명은 일부 시민에게 사실상의 ‘특권’을 부여한다는 문제 때문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의 보건정책 책임자들은 백신 여권은 차별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최근 백신 여권은 사생활 침해와 인권 침해 우려가 있어 연방정부 차원에서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브리핑했다.

백신 여권은 관광산업 부활의 묘약으로 기대받고 있지만, 빈틈이 많아 보완이 필요한 발상이다. 코로나 백신의 종류와 효과가 다양할 뿐 아니라 백신 접종으로 전염 위험이 100% 사라지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와 면역 유지기간도 미지수이며, 개인정보 유출과 위·변조 문제도 넘어야 할 고비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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