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남산동 현대위아 4공장의 피(P)-8 공정에서는 프레스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프레스에 상반신이 눌리는 사고를 당한 바 있다. 지난 3월16일에는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케미칼 포항라임공장에서 용역회사 소속 50대 노동자가 기계(푸셔)에 머리가 끼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진 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성연철 | 전국팀장
A-74라 불리는 빙산이 지난달 말께 남극에서 갈라져 나왔다. 크기가 서울 두배가 넘는다는 이 빙산은 150m 두께의 브런트 빙붕에서 갈라졌다. 균열이 생긴 지 석달여 만이라고 한다. 거대한 덩어리는 빠른 속도로 원래 자리에서 멀어지고 있단다. 과학자들은 갈라질 만한 대형 빙산이 두개쯤 더 있다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공동체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격차란 격차는 죄다 벌린 코로나19 탓에 파열음은 전보다 또렷하게 들린다. 균열은 ‘약한 고리’인 지역에서부터 진행 중이다.
지역 대학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20% 가까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구대에서는 지난 7일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사흘 뒤에는 원광대에서 교수와 교직원들이 총장 퇴진하라고 성명을 냈다. 이 대학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두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올해 162개 4년제 대학에서 나온 2만6129명의 추가모집 인원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91.4%라고 했다. 반면, 서울, 경기, 인천 소재 대학들의 추가모집 인원은 8.6%에 불과했다.
일정하게 지역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의무를 회피한다. 올해 기준으로 24%, 내년 기준으로 30%를 채워야 하는 지역인재 의무채용비율을 여러 예외규정에 기대어 뭉갠다. 경력직을 채용하면 예외, 5명 이하로 채용하면 예외, 연구소 석박사를 모집하면 예외라는 묘수를 능수능란하게 부린다. 지역 대학들의 취업률은 이제 60% 턱걸이도 힘겹다고 한다.
지역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는 어떠한가. 사람이 만든 사고라고밖에 할 수 없는 재해들이 광주에서, 포항에서, 칠곡에서, 여수에서, 광양에서 일어난다.
‘또…포스코 케미칼서 50대 노동자 끼임사’(3월17일치) ‘광주서 또…기계에 몸 끼여 노동자 사망’(3월9일치) ‘파쇄기에, 석탄기계에 끼여…노동자 2명 또 참변’(1월12일치 )….
지역만 다를 뿐, 늘 비슷해서 ‘또’를 빼고는 제목을 달 수 없는 기사가 반복된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아우성 소리가 닿지 않는 것일까, 외침의 울림이 이르지 못하는 것일까. 그럴 리가…. 무참한 이야기다.
다만 명확한 것은 아직도 속수무책의 시간이 3년 가까이 남았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3년 뒤에야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적용할 수 있고, 이마저도 5명 이하 사업장은 그 뒤로도 아무것도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지역사회 인구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아파트·땅콩주택·공유주택 등 주거지원에서부터 취업, 청년, 정착 등 각종 장려금과 노트북·태블릿피시(PC) 등 각종 스마트 기기 지원까지. ‘○○시로 오세요’, ‘인생 2막은 □□군에서’라는 소식은 빠지지 않는 전국 뉴스다. 그럼에도 지역 인구는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듯 준다. 이제는 14개 광역시·도 인구를 다 합해도 서울, 경기, 인천 3개 광역단체 인구에 미치지 못한다.
뉴스가 한국 사회를 완전히 드러낼 수는 없다. 물방울 그래프로 알려진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뉴스의 부정 편향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나쁜 뉴스’들은 위태롭다. 온갖 악조건과 불운을 참고 참다 결국 “I can’t beat it”(이젠 안 되겠어)이라는 대사를 내뱉고 마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주인공처럼 대한민국의 지역들도 “아, 이젠 못 버티겠어”라고 할 것만 같다.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는 공동선에 대한 배려를 힘들게 하고, 시민적 감수성을 해치며, 소외된 사람들을 굴욕과 분노로 몰아가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했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능력주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