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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쌀 직불금’ 타 먹는 ‘가짜 농부들’ / 김회승

등록 2021-03-17 16:00수정 2021-03-18 02:39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0월, ‘쌀 직불금 부정수급 사건’이 터졌다. 당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화근이 됐다.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사들인 것도 모자라 쌀 직불금까지 신청해 도마에 올랐다. 직불금은 쌀의 시장가격이 너무 낮아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지원금이다. 추곡 수매제를 폐기하고 도입됐다. 이 차관은 “왜 나만 문제를 삼느냐”며 버텼다. 그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감사원 자료를 폭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06년 한해 동안에만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직자 4만2500명이 직불금을 타갔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조사한 걸 숨겨오다 들통이 났다. 현직 국회의원들도 직불금 신청 사실이 드러났다. 공직자들이 농가 소득 지원에 쓰는 세금을 가로챘다며 여론이 들끓었다.

이명박 정부는 쌀 직불금 전수조사를 벌였다. 2005~2008년 4년 동안 1만9242명, 그중 공직자 2452명이 부당 수령자로 적발됐다.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타낸 이들이다. 그러나 행정부처 외에 국회와 사법부는 일반인으로 분류하고, 대부분의 위탁 경영도 빼줬다. 부정수급 공직자 수를 최소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공직자 부당 수령자 비율은 평균의 3배나 됐다.

부재지주들한테 쌀 직불금은 일석삼조다. 우선, 직불금 수령증이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는 가장 좋은 증거가 된다. ‘가짜 농부’임이 발각돼 농지법상 강제명령 처분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농지를 팔 때도 유리하다. 8년 이상 직불금 수급자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 안전하게 가짜 농부 행세를 하면서, 직불금도 타고 세금도 면제받는 셈이다. 부정수급 파동으로 2009년부터 직불금 규정은 강화됐다.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상이면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실경작 기준도 높였다. 그해 직불금 신청자는 전년보다 20%나 감소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전국 농지의 44%는 비농민, 즉 부재지주다. 정부 고위공직자의 38%, 21대 국회의원의 25%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경실련 조사). 이참에 쌀 직불금 전수조사를 다시 한번 벌여야 할 판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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