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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클럽하우스 현상의 숨은 이유 / 구본권

등록 2021-03-08 15:47수정 2021-03-09 02:13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40여년 전 올드 팝 제목이 말하듯, 영상은 음성을 압도해왔다. 2010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발표할 때 사람 망막의 식별 한계를 넘어섰다며 고해상도의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를 내세웠는데 이후 화소·해상도 경쟁은 끝 모르는 채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틱톡처럼 사진과 짧은 동영상으로만 소통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휴대전화기 소형화 경쟁은 스마트폰에서 화면 키우기 경쟁으로 변모했다.

인간 감각정보의 80%는 시각에 의존하고, 디지털 서비스는 ‘신기술 친화적’인데 최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더 많은 기능과 선택을 추구하는 디지털 서비스에서 제약을 내세웠다. 텍스트·이미지 사용이 불가능하고 아이폰 등 애플 운영체제(iOS)에서만 쓸 수 있다.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 가능하고 운영자의 승인을 받아야 발언할 수 있으며, 녹음·저장은 불가능하다.

클럽처럼 제한된 사람만 입장할 수 있고, 유명인이 예고 없이 등장해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끼리끼리의 친밀함’이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팟캐스팅·음악감상처럼 멀티태스킹 친화적이라는 점도, 대면 만남이 코로나19로 희소해진 상황에서 실제 대화 느낌을 준다는 점도 있다. 오디오 기반의 새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며, 음악산업의 기대도 크다. ‘오디오 컬렉티브’처럼 영향력 있는 콘텐츠 생산 조직도 생겨났다.

클럽하우스의 특징은 무엇보다 ‘동기식 소통’에 기반한 소멸성을 본질로 하는 대화의 복원 시도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비동기식 소통에 기반한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은 동시접속할 필요가 없다. 아무 때나 확인하고 반응할 수 있어 편리하다. 비동기식 소통은 모든 것을 기록·저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공지능 기계와도 대화하는 세상이다. 사회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우리가 말하는 기계를 만들어놓고 인간적이지 않은 물체에 인간의 속성을 불어넣으며 그것과 대화하려 애쓴다”라며 기술에 대화를 빼앗긴 세대의 특성을 지적한다(<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대화의 소중함은 사라지는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소멸성과 일회성에서 온다. 모든 게 기록되는 세상에서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역설적으로 사라지는 것의 가치를 알려준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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