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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축 창설 기후범죄특별수사부 / 김남일

등록 2021-02-03 17:57수정 2021-02-04 02:14

2010년 23일간의 한파로 2조3천억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했고, 2018년엔 31.4일의 폭염으로 48명이 숨졌다. 2019년엔 한반도에 역대 최다인 7개 태풍이 상륙해 18명이 숨지고 2천억원의 재산 손실이 있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7월28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이상 기상·기후 현상들이 미래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낮 뜨겁게 달궈진 서울 여의대로(왼쪽)와 2018 년 8월 강원 춘천시 인근 북한강에서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승용차가 고립된 모습(오른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춘천/연합뉴스
2010년 23일간의 한파로 2조3천억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했고, 2018년엔 31.4일의 폭염으로 48명이 숨졌다. 2019년엔 한반도에 역대 최다인 7개 태풍이 상륙해 18명이 숨지고 2천억원의 재산 손실이 있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7월28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이상 기상·기후 현상들이 미래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낮 뜨겁게 달궈진 서울 여의대로(왼쪽)와 2018 년 8월 강원 춘천시 인근 북한강에서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승용차가 고립된 모습(오른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춘천/연합뉴스

김남일 | 디지털콘텐츠부장
김남일 | 디지털콘텐츠부장

김남일 | 디지털콘텐츠부장

1939년은 여름 날씨의 신기원이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그해 서울 폭염일수는 47일에 달했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해 7월21일 서울 기온은 37.7도를 찍었다. 9월 초까지 그런 날씨가 이어졌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날씨였다.

당시 신문에는 ‘더위가 필경 살인… 그날은 초기록적 폭서’ ‘삼십칠도칠분이라는 살인적 고열… 혀를 빼물게 하였다’ ‘또 네명이 죽었소!’ 따위 기사가 연일 실렸다.

알베르 카뮈는 1939년 7월25일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이방인>을 막 쓰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공교롭게도 <이방인>은 온통 덥다는 얘기로 가득하다. 날이 무척 더웠고, 태양의 열기 또한 어찌나 맹렬한지, 결국 태양은 으스러뜨릴 기세로 흩어져 내렸다고 썼다. 살인 동기를 묻는 재판장 질문에 ‘그건 태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답한 주인공은 법정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그래서 카뮈의 <페스트>가 우울한 팬데믹 시대를 위무하기 위해 소환되듯, <이방인> 역시 그 어려운 실존적 질문을 걷어내고 나면 폭염과 범죄의 관계를 설명하는 텍스트가 되곤 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범죄와의 연관성이 두드러지는 날씨 요인은 더위다. 기온이 올라가면 살인, 폭력, 성범죄, 절도 등의 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는 비록 변덕스럽지만 예보의 영역에 있던 날씨가 훨씬 난폭하고 예측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덩달아 범죄가 흉포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국가적, 지구적 차원의 기후범죄라는 새로운 범죄 유형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기후범죄에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대기업이 빠질 수 없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기후소송 대상에 국가뿐 아니라 화석연료에 기반한 다국적기업이 대거 포함된 이유다.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거대한 사회적 합의, 과감한 규제가 필요하다. 돌진적 산업화를 통해 구축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산업구조·수송수단 등을 통째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익의 사유화, 기득권의 기본권화, 비용의 사회화가 유독 강한 우리 사회에서 탄소중립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는 한편에는 각종 편법과 탈법, 불법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다. 개혁 대상이어서 입이 비쭉 나온 권력기관들이 왜 이런 청정한 블루오션을 놔두고 그 좁은 곳에서 박 터지게 싸우는지 모를 일이다.

우선 법무검찰은 대검찰청에 기후범죄부를 신설하고,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에서 환경범죄를 떼어내 기후범죄특별수사부로 확대 개편했으면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불법 승계, 장자 승계 등을 마친 재벌 총수 일가가 사고 칠 일은 당분간 많지 않다. 검찰 입장에선 기후범죄는 과거 특수부가 누렸던 지위를 되찾을 30년 미래 먹거리인 셈이다. 대형로펌들은 일찌감치 기후소송에 대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후전관의 길도 활짝 열렸다.

경찰이라고 빠질 이유가 없다. 검찰 수사권을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 수사국 밑에 기후범죄수사과를 만들어 검찰과 경쟁할 일이다. 검찰이 선점할지 모를 기후범죄수사권도 가져와야 하지 않겠는가.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긴 국정원에는 이처럼 좋은 기회도 없다. 이미 국제사회에선 기후변화, 기후위기가 안보 이슈로 다뤄진 지 오래다. 에너지·식량·식수 위기, 주변국 간 충돌과 테러, 해수면 상승, 난민 발생 등 기후변화가 초래할 안보 위협은 도감청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후변화는 동맹국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우주공간으로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넓힌 우주정보 업무규정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구 밖까지 챙기는 마당에 기후정보 수집·작성·배포 업무규정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해 세상을 뜬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판사의 일을 두고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는 비유를 남겼다. 어제와 오늘의 권력만 만지작거리면 개혁 대상이 된다. 기후범죄특별수사부 창설을 촉구한다. 헌법 정신에도 잘 맞는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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