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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무살 여대생’ 채팅로봇 / 구본권

등록 2021-01-12 15:17수정 2021-01-13 02:41

2015년 6월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이 개최한 재난로봇경진대회(DRC)에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방사능이 유출된 후쿠시마원전 사고 같은 상황에서 사람 대신 투입할 수 있는 재난로봇의 성능을 겨루는 대회였다. 휴보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울퉁불퉁한 바닥과 계단을 지나 밸브를 잠그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과제를 44분 만에 완수해 우승했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팀이 개발한 휴보는 원래 키가 125㎝인데 대회 출전을 위해 키를 168㎝로 키웠다. 재난 현장의 기기 조작이 사람 키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소통이 주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사람 모습을 닮았지만 인체를 그대로 모방하진 않는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두 키가 작다. 2000년 세계 최초의 두발 보행 로봇으로 개발된 일본 혼다자동차의 아시모는 키가 120㎝다. 배낭 메고 걷는 아시모는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연상시킨다.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감성로봇이라며 2015년 선보인 페퍼의 키도 121㎝다. 페퍼의 표정과 몸짓도 초등학교 저학년을 떠올리게 한다.

로봇을 사람 표준체형으로 만들면 쓸모가 많을 것 같지만 아니다. 마네킹처럼 사람을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은 대상을 보면 섬뜩해지는데 로봇공학에선 이를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초등학교 저학년의 키와 몸집으로 개발하는 배경이다. 너무 작지 않아 사람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고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용자들이 로봇을 귀여운 초등학생이라고 여기면 실수를 해도 너그럽고 배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난해 12월22일 서비스에 들어간 국내 인공지능 신생 기업 스캐터랩의 챗봇 ‘이루다’가 이용자들의 왜곡된 성관념, 혐오 발언을 학습해 문제를 일으키다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 자동응답 기능의 챗봇들이 있지만 이루다는 ‘사교용’이라는 점과 함께 ‘20살의 여대생’으로 설정되었다는 게 특징이다. 알고리즘엔 개발자의 의도와 가치가 반영된다. 채팅 로봇을 법적 미성년을 갓 벗어난 젊은 여성으로 설정한 개발 의도에 대해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까닭이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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