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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의회 난입, 미국보다 빨랐던 ‘태극기부대’ / 손원제

등록 2021-01-10 15:08수정 2021-01-11 02: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각) 벌인 워싱턴 연방의회 난입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시위대더러 “의회로 가라”고 선동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열흘을 남기고 다시 민주당에 의해 탄핵소추될 위기를 맞고 있다. 트위터는 트럼프 계정을 영구 정지했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 등도 그의 계정을 막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지지층을 직접 움직여온 트럼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수사 대상으로도 지목됐다. 그는 7일 의사당 난입에 대해 “극악무도한 행위”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연방검찰 마이클 셔윈 검사장 대행은 ‘트럼프도 수사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의사당에 들어간 사람들뿐만 아니라 돕거나 보조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행위자를 살펴보고 있다”며 “증거가 범죄 요건에 맞으면, 기소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사회 전체가 엄중한 대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 역사상 의사당이 물리적으로 유린된 것은 1814년 영국군이 워싱턴을 공격해 의회에 불을 지른 일을 빼면 처음 있는 일이다. 보수 매체인 <폭스 뉴스>마저 “미국 민주주의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슬픈 날”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2019년 12월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벌어진 ‘태극기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주최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가 열리던 국회 경내로 당원과 지지층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며 본관 진입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본관 앞에서 농성하던 정의당 당원들에게 침을 뱉고 머리채를 잡았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때려 안경이 날아갔다. 이들에게 황교안 당시 한국당 대표는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고 외쳤다. 보수정당이 극우세력을 끌어들여 의회를 유린한 건 한국이 더 빨랐던 셈이다. 워싱턴 의회 난입세력 일부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들고나온 것도 여의도를 보고 배운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당시 한국 사회의 대처는 지극히 미온적이었다.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이번에는 우리가 배울 차례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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