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며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2366조원으로 연초 대비 45.6% 증가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중국(45.9%)과 함께 압도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미국은 23.7%이었고, 다음은 독일(10.5%), 프랑스(9.3%), 일본(8.5%) 등의 차례였다. 전체 시가총액이 명목 국내총생산(19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워런 버핏은 각 국 증시를 평가할 때 국내총생산 대비 시총 비율이 80% 미만이면 저평가, 100%를 넘으면 고평가 국면으로 본다.
강세장은 지난 연말에도 지속됐다. 통상 매년 12월은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 개인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시기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는 3조6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2월 한달 코스피는 전달보다 11%나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후 급등세를 보인 1998년 1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반면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하루 평균 주식 회전율이 3~5%까지 올랐다. 하루에 전체 주식의 최대 5%가 거래된다는 것인데, 한달 만에 상장주식 전체가 손바뀜이 일어나는 속도다. 목표 수익률을 낮춘 단기매매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종목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급등장에선 상승 종목 비중이 평균 60~70%였는데 현재는 40%대로 떨어졌다. 주가지수는 올랐어도 절반이 넘는 투자자는 하락 종목을 들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등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현상이 강화된 때문이다.
코스피는 새해 개장 첫날인 4일에도 2.47%(2944) 급등해 ‘3000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주가지수 3000 시대’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내건 ‘꿈의 공약’이었다. 정부의 치적으로 상찬하며 증권거래소에서 대규모 기념식을 치를 만한 일이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오히려 금융기관장들은 앞다퉈 ‘금융 안정’과 ‘부채 관리’ 등을 거론하며 ‘과열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유례없는 저금리와 유동성의 힘으로 너나없이 고지를 향해 오르고 있지만, 언제 산사태가 날지 모른다는 위기감 또한 어느 때보다 큰 탓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