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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목성과 토성의 만남 / 구본권

등록 2020-12-23 16:38수정 2020-12-24 02:41

지난 21일 전후로 목성과 토성이 바로 이웃해 보이는 현상이 펼쳐졌다. 일몰 직후 남서쪽 하늘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었는데 400년 만에 목성과 토성이 가장 가까이 접근한 ‘목성-토성 대결합’이다. 다음번 관측 기회는 60년 뒤인 2080년에야 찾아온다. 목성의 태양 공전주기는 12년, 토성은 29년으로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데 지구에서 볼 때 두 행성이 직선에 놓이는 시기는 우주쇼의 순간이다.

스페이스엑스(X)를 설립해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개척하는 일론 머스크는 이달 초 “6년 안에 화성에 사람을 보낼 것”이라며, 우주관광과 화성 이주 계획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화성 여행 시대가 열려도 태양계 행성들의 운행 특성상 길이 매우 좁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문은 2년2개월마다 잠시 열린다. 태양계 안쪽에서 공전하는 지구가 공전주기가 더 긴 화성을 추월할 기회가 26개월에 한번씩 오기 때문이다. 지구에선 이보다 서너달 먼저 출발해야 화성에 도착할 수 있어, ‘발사 가능 시간대’라고 한다. 1964년, 1971년 매리너4호, 9호가 이렇게 화성을 탐사했다.

우주탐험 역사에서 가장 흥분된 발사 가능 시간대는 1977년 여름의 보름 남짓이었다. 태양계 바깥 즉 성간우주(인터스텔라) 탐험의 사명을 안고 보이저 1, 2호가 16일 간격을 두고 잇따라 발사됐다. 보이저 1, 2호는 외계인을 만날 가능성을 고려해 지구와 인류의 여러 모습을 담은 골든디스크를 실은 채 지금도 성간우주를 여행 중이다.

보이저 계획은 1965년 캘리포니아공대 대학원생 게리 플랜드로가 1983년이 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50도 범위에 늘어서게 된다는 점을 발견해 1976년과 1978년 사이에 우주선을 쏘아올리면 네 행성을 차례로 거치며 탐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게 계기다(<호모 아스트로룸>). 행성 4개가 같은 방향으로 늘어서는 우주쇼는 175년 만에 한번 찾아오는 그랜드투어의 기회다. 처음엔 황당한 주장으로 여겨졌지만, 거대 행성의 중력을 빼앗아 우주선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스윙바이 연구가 구체화하고 우주탐사 기술이 발달하며 보이저 1, 2호 발사로 현실화했다. ‘창백한 푸른 점’도 행성들의 만남이 인류에게 준 선물의 하나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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