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복주ㅣ정의당 부대표
30대 지적장애 아들과 함께 살던 60대 어머니가 집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어머니가 죽은 뒤에 지적장애 아들은 지하철에서 노숙을 했다. 한 사회복지사가 지하철에서 노숙하는 지적장애 남성에게 질문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 가족의 비극적인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마도 그 사회복지사의 질문이 없었다면 아직도 여전히 한 여성의 죽음은 방치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사망한 지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어머니와 아들이 감당했을 삶의 무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두 사람은 공공일자리를 통한 수입이 전부였고 별다른 소득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건강보험료는 2008년부터 연체되었고 병원도 제대로 갈 수 없었다. 세금도 내지 못해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서 어렵게 살아왔다. 그 기간이 상당했을 것이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고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을 지원하는 근거가 제시된 법안이다. 이 법의 목적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제공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부양하는 가족이 없거나 부양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입증해야 한다. 개인의 소득이 기준이 아니라 부양가족의 소득이 기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양가족이 소득이 있거나 노동할 능력이 있다면 필요한 급여를 신청해도 탈락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에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었으며, 생계급여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의료급여의 경우 2023년까지 일부 확대 계획은 발표한 바 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실행계획에 대해선 말이 없다.
사망한 60대 여성과 그녀의 30대 지적장애 아들은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이후부터 주거급여 25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받지 못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30대 아들은 비장애 성인 남성 자녀다. 그러면 ‘소득 활동이 가능한 직계비속’으로 부양의무자가 된다. 만약 아들이 장애등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65살 미만이라면 ‘소득 활동이 가능한 직계존속’으로 부양의무자가 된다. 이러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두 사람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는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공과금이 밀려 죄송하다”는 편지를 쓰고 사망했던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도 국가는 복지사각지대 해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생활고를 비관하여 목숨을 끊거나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가고 있다. 특히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다면 돌봄의 시간과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독소조항으로 작용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있었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조속하게 응답해야 할 것이다.
가난과 장애가 교차된 이 가족의 삶의 무게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어머니는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아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삶을 마주했을 것이다. 혼자 남게 된 아들은 지적장애 특성상 어머니의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교육과 정보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이제라도 살아남은 지적장애인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