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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테슬라 주가는 거품인가 / 김수헌

등록 2020-12-13 16:45수정 2020-12-14 12:28

김수헌 ㅣ 경제팀장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21세기 첫 20년(2001~2020년)은 애플의 시대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불세출의 혁신가 스티브 잡스. 그가 2007년 세상에 내놓은 아이폰은 이후 10여년에 걸쳐 인류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제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회사를 넘어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서비스,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났다. 애플이 시가총액(2조달러)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이런 혁신의 결과물이다.

21세기 새로운 20년을 눈앞에 둔 지금, 또 한번 세상을 바꿀 혁신에 대한 기대가 한곳에 쏠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다. 테슬라가 ‘제2의 애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는 테슬라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젊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하는 종목이 애플에서 테슬라로 바뀌었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도 최근 6개월간 사들인 해외주식 가운데 테슬라가 매수 규모에서 압도적인 1위다.

주가는 연초 대비 7배가량 급등해 600달러를 훌쩍 넘었다. 지난 7월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순으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페이스북에 이어 6위에 올라 있다. 2003년 창사 이래 이어져온 적자 행진을 마감하고 3분기째 흑자를 낸 데 이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되는 등 잇따른 호재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주석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현기증 나는 주가 흐름을 설명해내기엔 역부족이다. 600달러가 넘는 주가는 지난 1년치 순이익의 1천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전통적인 주가 평가 기준으로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비싼 가격이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테슬라 주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발전해 기존 자동차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독점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이를 실현할 시이오 머스크에 대한 강력한 팬덤이 매수 열풍의 배경으로 꼽힌다. 애플처럼 될 것이라는 미래 성장 스토리가 조금씩 현실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한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테슬라의 정체성을 전기차보다는 ‘바퀴 달린 컴퓨터’, 즉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소프트웨어 회사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무인택시·인포테인먼트·보험·통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와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최고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은 전세계에 팔린 테슬라 전기차로부터 받는 운행 데이터를 통해 딥러닝이 이뤄지면서 지속해서 성능을 향상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지난 9월 배터리 데이에서 공언한 대로 2만5천달러짜리 저가형 모델이 양산돼, 테슬라 전기차 대중화가 속도를 낸다면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를 몽상가, 심지어는 사기꾼 취급을 하며 테슬라를 거품 주식의 대명사처럼 여기던 월스트리트 주류의 시각도 다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목표주가를 455달러에서 780달러로 올려잡고 ‘매수’ 의견을 낸 골드만삭스다. 반면 제이피(JP)모건은 여전히 테슬라 주가를 “과도한 투기 열망”에 따른 거품으로 본다. 제이피모건은 목표주가를 ‘90달러’로 제시했다. 600달러가 넘는 테슬라 현 주가에 대한 일종의 조롱으로 받아들여진다. 제이피모건의 분석이 냉철한 현실인식에 따른 정확한 예측으로 판명될까, 반대로 테슬라의 잠재력을 무시한 분석가의 엉뚱한 만용으로 결론 날까. 결과는 투자자들이 믿고 있는 테슬라 성장 시나리오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20년은 과연 테슬라의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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