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구글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거액을 제공하는 불공정행위를 해왔다는 혐의다. 제프리 로젠 미 법무차관은 “이를 막지 못하면 미국은 앞으로 제2의 구글을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탑재’는 세계 모바일 검색시장의 95%를 차지한 독점기업 구글의 주요 무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이 아이폰에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는 대가로 2018년 90억달러, 2019년 12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연수익의 3분의 1에 이르는 거액이다. 거래 결과, 구글 모바일 검색 트래픽의 절반이 애플 기기를 통해 발생했다.
검색앱 선탑재는 ‘초기 설정(디폴트 세팅)’이다. 아이폰의 웹브라우저 사파리는 이용자에게 구글, 야후, 빙, 덕덕고 등 4종류의 검색엔진 설정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디폴트 세팅’이 구글로 돼 있을 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선탑재’는 국내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두드러지는 관행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최신 스마트폰엔 평균 58.3개 앱이 선탑재돼 있다. 삭제 불가 앱도 평균 10개가 넘는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통해 10개 앱을 선탑재했다. 아이폰 운영체제에서는 사파리가,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크롬 브라우저와 함께 구글 검색창이 기본설치되는데 삭제할 수 없다.
구글은 “선탑재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실패 사례를 들고나왔다. 페이스북의 경쟁 서비스였던 구글플러스는 구글의 역점 서비스로 안드로이드폰에 선탑재됐지만 결국 지난해 퇴출됐다. 하지만 선탑재와 초기 설정의 차이는 크다. 검색엔진 설정 메뉴를 찾아가 바꾸는 경우는 매우 적고 대부분 이용자들은 아이폰이 초기 설정값으로 제공하는 구글을 검색 엔진으로 사용한다.
이번 소송은 경쟁 방해를 다루지만 ‘디폴트 세팅’ 권한 감시가 핵심이다. 디지털 서비스는 이용자의 약관 동의를 거치지만, 현실에선 ‘습관적 동의’가 이뤄진다. 이용자들은 초기 설정 바꾸기를 꺼리거나 조작방법을 잘 모른다. 결과적으로 업체가 제공한 ‘초기 설정값’대로 이용이 이뤄진다. ‘초기 설정’의 힘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공정성 감시가 중요해지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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