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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홍남기 위로금’을 지지한다

등록 2020-11-12 17:20수정 2020-11-13 02:37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세 매물 정보. 연합뉴스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세 매물 정보. 연합뉴스

김회승 ㅣ논설위원

집값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젠 전셋값을 두고 난리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기존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 간 보증금 차이가 2배를 넘는 곳까지 생겼다. 물량도 별로 없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의 한숨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전세난의 이유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 같다. 무엇보다 2년 전보다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전셋값이 열심히 ‘키 맞추기’를 하는 시기다. 시세에 맞춰 전세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콜드 마켓’이 아닌 ‘핫 마켓’인 시기에 제도가 바뀌었다. 타이밍이 안 좋다. 집값 안정과 신규 공급을 기대하며 전세에 머무는 대기 수요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데 오랜 초저금리 속에 코로나 위기까지 겹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유동성을 조절하는 건 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일부에선 모든 게 ‘임대차 3법’ 때문이라고 맹공한다. 정부는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고 반박한다. 전자는 과도한 정치적 공세로, 후자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제도 변화를 꾀할 때는 과도기적 혼선과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준비하는 게 정책의 기본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이젠 “뾰족수가 없다”고 고백하는 처지가 됐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뾰족수가 없으면 맷집이라도 세야 하는데, 그 역시 믿음이 잘 가질 않는다. 괜히 섣부른 땜질 대책을 내놨다간 집값마저 다시 들쑤시기에 딱 좋다.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이 완성되고, 강화된 보유세·양도세가 적용되는 게 내년 6월이다. 신규 전세계약은 전체 전세계약의 10~20%가량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80~90%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혜택을 봤다는 얘기다. 신규 세입자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면서 과도기적 계곡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냉정히 돌아보자. 우리나라 세대주 중 절반가량이 집주인이고, 절반이 세입자다. 서울은 세입자가 더 많다. 예전 같으면 “비워주세요”라는 집주인 한마디로 2년마다 짐을 싸야 했다. 미안하다며 수수료나 이사비 일부를 보태주는 ‘배려’에 만족해야 했다. 그동안 집주인 권리는 과도하고 세입자 권리는 과소했으니, 이를 조금 개선하자는 게 개정 임대차법이다. 무제한 갱신권을 보장하는 나라들도 여럿이다.

이른바 ‘홍남기 위로금’은 기존의 비대칭적인 임대인과 세입자의 권리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주인의 ‘배려’를 세입자의 법적 ‘권리’로 바꾼 영향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세입자 동의 없이 집을 팔았고, 결국 개정법이 정한 갱신권 행사를 무력화한 것이다. 권리 행사를 침해했으니 금전으로 보상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세입자가 집주인의 궁색한 처지를 이용해 갈취한 것이요, 세입자의 갑질에 당했다니…. 그럴 거면 법을 바꿀 이유가 없다.

보수 언론·야당, 일부 전문가들은 ‘다소 불편해진’ 집주인의 딱한 사정을 늘어놓으며 ‘집주인이 을이 됐다’고 침을 튀긴다.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기울어진 관행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결국 스스로 발등을 찍는 꼴이라며 세입자의 무력한 처지를 조롱한다.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예비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경하는 관람료를 내고, 중개업자한테 잘 챙겨달라며 촉진비를 주는 황당한 일이 빚어진다고 한탄한다.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사례들을 부풀려 모든 집주인과 세입자를 ‘야차들의 세계’에서 악다구니하는 이들로 만들겠다는 건가. 혹세무민과 다름없다. 입만 열면 무주택 서민의 고통을 말하면서 도대체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건가.

부동산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고가주택·다주택에 대한 세금 폭탄론과 징벌적 과세론을 몇달째 앵무새처럼 떠들고 있다. 전국 아파트 중에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은 4.8%에 불과하다. 집 가진 이들 대부분은 종합부동산세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강남의 수십억원짜리 아파트 종부세가 얼마나 늘었는지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기사를 도배하고 세금 공포를 부추긴다.

“여긴 10억원은커녕 5억원 넘는 아파트도 별로 없어. 내가 왜 잠실 헬시틴지 헬리오시틴지 하는 수십억원짜리 아파트 시세와 세금을 매일 뉴스에서 봐야 하지?” 지방에 사는 형제는 늘 푸념한다. 대한민국 모두가 강남에 살란 말이냐고.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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