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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

등록 2020-11-11 15:28수정 2020-11-12 02:39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북한과 미국과 국제사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풀고, 북-미 수교가 성사될 수 있다. 우리가 바로 한반도의 주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자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자

미국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 초강대국 최고 지도자의 교체는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알 수 없다. 조 바이든 자신도 아직은 잘 모를 것이다.

조 바이든은 지난달 29일 한국계 미국인 200만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기고문을 <연합뉴스>에 보냈다. 한반도 정책은 딱 한 문장이었다.

“나는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관여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전혀 없다. 당연한 일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제부터 외교·안보 참모들과 함께 서서히 채워 가야 한다. 조 바이든에게 한반도는 우선 과제가 아니다.

우리 정부와 국회와 여당과 야당 인사들이 줄줄이 미국에 간다고 난리다. 조 바이든이나 측근 인사들과의 인연을 앞다퉈 자랑한다. 창피하다. 좀 차분했으면 좋겠다.

미국에 가서 누구를 만나려는 것일까? 만나서 대화하면 효과가 있을까? 별로 없을 것이다. 조 바이든은 아직 정권 인수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정권을 순순히 넘겨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때를 기다리며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과 참모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해법과 논리를 가다듬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 새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갑자기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여당, 야당의 의견을 미리 조율해 두는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우리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군사동맹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한반도에 대해 무지하다. 조 바이든 역시 한반도를 잘 모른다.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대체로 다 그랬다.

1998년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 정책은 따지고 보면 미국의 성공에서 배운 것”이라며 미국의 화해 정책으로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과 베트남이 개방한 사례를 들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렇게 화답했다.

“김 대통령의 비중과 경륜을 볼 때 이제 한반도 문제는 김 대통령께서 주도해 주기 바랍니다. 김 대통령이 핸들을 잡아 운전하고 나는 옆자리로 옮겨 보조적 역할을 하겠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대북 정책 조정관으로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다. 페리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전면전을 준비하면서 영변 핵 시설을 공격하자고 했던 강경파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은 그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1999년 9월 “핵과 미사일 위협을 종식하기 위해 북한의 협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은 대북 수교를 포함해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페리 프로세스’가 완성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중동 평화 협상에 발이 묶여 북한에 가지 못하고 퇴임했다. 2년 동안 공들여 쌓은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아깝게 놓친 것이다.

정반대 상황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동안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전략적 인내’였다. 북한 핵 개발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북-미 대화도 원천적으로 막혔기 때문이다.

2018년 한반도에 평화의 기류가 다시 감돌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를 동시에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걸림돌이었다. 그들은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참모였던 존 볼턴이 협상을 깼다.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났다. 조 바이든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지, 트럼프의 대북 협상 성과를 이어받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주도권이다.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북한과 미국과 국제사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풀고, 북-미 수교가 성사될 수 있다. 우리가 바로 한반도의 주인이다.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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