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과 법인세 인하로 증시를 부양했다. 집권 기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1%까지 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이를 다시 28%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 이익에 대한 세율도 10.5%에서 21.0%로 갑절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월가에선 법인세율 인상만으로 상장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대략 12%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바이든 당선자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고,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관련 기업의 이익과 주가엔 악재들이다.
그런데 대선 직후 뉴욕 증시는 한동안 ‘바이든 랠리’를 펼쳤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중간선거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상원 우위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푸른색이 상징인 민주당이 상원·하원을 싹쓸이하는 상황, 즉 ‘블루웨이브’는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랠리의 주된 근거였다. 결국 바이든이 집권하더라도 ‘공화당 상원’의 존재가 급격한 기업 증세와 규제 강화를 견제하는 방어막 노릇을 할 것이란 얘기다.
공화당이 무난하게 상원을 장악할 것이란 전망에 막판 변수가 불거졌다. 예상과 달리 민주당과 공화당이 확보한 상원 의석수가 48 대 48로 동률인 상태다. 개표 중인 나머지 4석 중 알래스카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공화당 승리가 확실시되나, 조지아주 2석은 결국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내년 1월5일 결선투표를 다시 치러야 한다. 만약 조지아주 2석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면 50 대 50.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하는 자리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가 캐스팅보트를 쥐면 민주당 우위가 된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다. 1990년 이후 치러진 일곱차례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긴 적은 단 한차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를 버리고 바이든을 택했다.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90%가 넘는 예방률을 보였다는 뉴스에 전세계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 회복 기대감에 국제 유가와 전통산업 주가는 급등하고 대형 기술주와 비대면 수혜주는 떨어졌다. 월가의 계산이 더 복잡해지게 됐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