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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뉴 아메리카] 2024년, 트럼프를 또 보게 되는가 / 유혜영

등록 2020-11-08 15:06수정 2020-11-09 02:39

유혜영 ㅣ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백악관을 떠날 때 가장 열렬한 지지자를 가진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의 47.7%(7천만여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4년을 더 맡겨도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24만명 가까운 미국인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행정부의 수장이지만, 거의 모든 유형의 사회적 약자를 향해 조롱하고 차별 발언을 일삼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을 사유화한 이유로 탄핵 소추까지 당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보다 약 700만표나 더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늘은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도 남을 트럼프의 흔적을 살펴보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페인 기간 내내 우편 투표나 사전 투표가 부정으로 얼룩질 거라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4일 새벽에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올) 사전 투표의 개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자신의 승리를 부당하게 빼앗아 가려는 적들을 향해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부터 “내가 지면 이 선거는 사기극”이라고 말했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결과는 무효라고 선언한 트럼프의 행동은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선거 과정 자체에 대한 불신을 극도로 높였다.

이미 정부보다 아마존 택배 서비스를 더 신뢰한다는 미국인들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을 펼 때 시민들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 세금 징수, 사회 인프라 정비, 자원 재분배 등의 정책도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틈만 나면 워싱턴, 언론 등을 공격한 탓이다. 한번 떨어진 신뢰를 되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과 많은 품이 들 것이다.

여론조사기관도 또 한번 신뢰를 잃었다. 4년 전 승자를 예측하는 데 실패해 비난받았던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은 이번에 절치부심했지만, 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한 논쟁은 선거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온 뒤 더 진행되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론조사의 공신력이 높았던 주요 언론사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사에 포함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기존 언론을 공격해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를 모두 ‘가짜뉴스’로 치부했고, 트위터를 통해 쉼 없이 언론사와 언론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다. 이제 기자들은 트럼프 유세 현장에 취재하러 가도 야유를 받는 건 기본이고, 제대로 된 인터뷰 하나 따기도 어려워졌다. 2016년 여론조사가 빗나갔을 때는 ‘샤이 트럼프’, 즉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소극적 트럼프 지지자가 원인으로 꼽혔다.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인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확한 여론을 측정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탄생했다. 이들이 계속 남아 언론을 향한 불신을 퍼뜨리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뒤에도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백악관을 떠난다고 해도 그의 트위터 계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9천만 팔로어를 거느린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트위터를 끊지 않을 것이다. 아니, 더 열심히 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이 새 리더를 빠른 시간에 찾고 재정비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뒤에도 공화당의 실질적 리더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집권 기간, 미국 공화당은 자유무역과 같이 자신들이 본래 지켜왔던 노선과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노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좌표를 잃었다. ‘전직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여전히 당내 경선에서 말 한마디, 트위트 하나로 특정 후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공화당이 당을 재정비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2024년 ‘(내가 대통령 했을 때처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다시 들고나오는 트럼프를 또 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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