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길거리에서 여성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 검찰 간부가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 6월 사건 발생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모습을 보면 부산지검 ㄱ부장검사는 밤 11시20분께 부산 시내 횡단보도에 서 있는 여성의 어깨를 뒤에서 두 손으로 접촉했다. 여성이 놀란 반응을 보이자 두 손을 들고 몇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여성을 700m가량 쫓아가 햄버거 가게로 피신한 여성을 따라 들어갔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길을 묻기 위해 어깨를 쳤고 사과하려고 따라갔다’고 해명했다.
검사들의 성범죄가 우리처럼 자주 발생하고 또 미온적으로 처리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서울남부지검에서 검사가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사건은 3년이나 덮였다가 2018년 수사가 진행됐고, 해당 검사는 지난달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 등은 핵심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월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검사에 대한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쳤다. 그 밖에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검사 성범죄가 반복되는 데는 추상같은 단죄가 부족했던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범죄의 처벌은 범법자를 단죄·교화하는 것과 함께 사회구성원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위와 그 대가를 경고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갖는다. 이런 점에서 ㄱ부장검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보며 의문을 갖게 된다. 길을 묻기 위해서는 한밤에 모르는 여성의 어깨를 함부로 만져도 된다는 건가? 사과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위협을 느껴도 계속 쫓아가도 되는가? 일반 시민은 안 되지만 검사는 괜찮은 건가?
법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하는 검찰이 유독 제 식구만 감싼다면 법치주의 원칙은 누더기가 되고 만다. 최근 라임 사태와 관련해 불거진 검사 룸살롱 향응 의혹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박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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