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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김종인은 박근혜를 정리할 수 있을까

등록 2020-08-17 15:49수정 2020-08-18 02:40

자신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은 목숨을 건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이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수구 기득권 세력을 잘라낼 수 있을까?
2012년 2월2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김종인 위원가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2년 2월2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김종인 위원가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성한용ㅣ정치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에서 “잘못한다”는 응답이 “잘한다”는 응답보다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오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웃는 표정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얼굴도 확실히 밝아졌다. 2021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 승리의 장면이 자꾸 눈앞에 떠오를 것이다. 정치인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한때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던 당내 목소리는 사라졌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라며 방심을 경계하지만, 정치인은 운도 실력이다. 김종인 리더십의 요체가 뭘까?

첫째, 시대정신이다. 경제민주화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한계에 봉착한 신자유주의의 확실한 대안이다. 경제민주화를 해야 양극화를 해소하고 포용적 성장을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을 붙잡고 있는 경세가에게 힘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문재인, 황교안 등 정치 지도자들이 절박했던 시기에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도움을 요청했던 이유다.

둘째, 절대 권력이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정치인에게 언제나 ‘전권’을 요구한다. 왜 그럴까?

그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절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몇 가지 개혁 정책을 관철한 경험이 있다. 빌헬름 1세의 비스마르크, 닉슨의 키신저가 그의 롤모델이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것도 그래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하자 자신이 직접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2017년 대선 출마의 배경이다. 명분은 ‘마지막 사명과 책임감’이었지만 개혁을 관철하기 위한 절대 권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패했다.

그런데도 3년 만에 다시 나섰다. 이번에는 성공할까? 여의치 않으면 또다시 직접 나서려고 할 수도 있다. 그건 그의 선택이다.

그 전에 김종인 위원장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박근혜와의 결별’이다. 김종인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박근혜가 없었을 것이다. 결자해지다.

두 사람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을 함께 했다. 2006년 독일 방문을 앞둔 박근혜 의원이 한독의원협회 의장을 맡고 있던 김종인 의원을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가 조언을 구한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2008년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되고 싶으니 도와달라”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장 만능주의, 기업 제일주의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일찌감치 예견되어 있었다. 박근혜 의원의 입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 “아버지의 꿈은 최종적으로 복지국가였다”는 말이 쏟아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흡족해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박근혜의 승리였지만 김종인 위원장에게는 경제민주화의 승리였다. 착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 경제민주화는 없었다. 창조경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14년 10월 김종인 위원장은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한때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린 모양이다. 국민에게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우리 당에서 내세웠던 두 분 대통령이 사법적 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국민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거기에 대해 일정한 사죄는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여기 오기 전부터 하던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 김종인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미래통합당 대표로서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한 시대를 확실히 마무리하는 것은 새 시대를 여는 정치 지도자의 의무다.

박근혜와의 결별을 가혹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구 기득권 세력, 가짜 보수의 상징이다. 태극기 부대가 ‘문재인 하야, 박근혜 무죄’를 끝없이 주장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안중에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결별하지 못하면 미래통합당은 미래가 없다.

<127시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홀로 등반에 나섰다가 바위에 팔이 낀 사람이 5일 만에 칼로 팔을 자르고 탈출에 성공해 목숨을 건진다는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은 목숨을 건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이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수구 기득권 세력을 잘라낼 수 있을까?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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