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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트렌드] 재택근무의 나비효과 / 김용섭

등록 2020-08-09 16:33수정 2020-08-10 02:40

김용섭 ㅣ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었다. 애플,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2021년 초까지이고, 심지어 구글은 2021년 7월까지로 연장했다. 국내에서도 아이티 기업은 물론이고, 전통적 대기업에서도 재택근무를 시도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시작했던 것에서, 아예 장기적 관점으로 보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팬데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게 재택근무의 확산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대기업의 얘기나, 남의 얘기로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재택근무 확산이 몰고 올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파괴력 있다. 우선 구내식당이 타격을 받는다. 재택근무가 늘수록, 구내식당 위탁 업계의 시름이 커진다. 구내식당 위탁 시장에선 대기업 계열사가 압도적 점유율을 가지는데, 이미 이들 중 가정간편식 사업을 론칭한 곳이 올해 들어 두곳이나 나왔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가뜩이나 치열한 시장이다. 기존 종합식품회사, 대형마트, 특급호텔, 유명 식당들까지 들어갔고, 여기에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된 것이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져도 하루 세끼 먹던 걸 네끼로 늘리지는 못할 테니, 있던 시장 중 갉아먹을 시장이 필요하다. 결국 동네 식당에서 밥 먹을 기회가 줄어들 거다. 식당 자영업자에겐 악재다. 아침 식사 시장도 타격을 받는다.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업계가 아침 메뉴에 공들인 건 직장인의 아침 식사 시장 때문이었다. 맥도날드는 전체 매출에서 아침 시장 비율이 25% 정도였다. 편의점도 아침 식사 시장에서 중요한 강자였지만 타격이 불가피하다. 어디 먹는 것뿐이겠는가. 패션과 뷰티 업계는 어떨까? 출근이 줄어들고 재택이 늘어나는 건 이들에게도 크고 작은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자동차 구매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출퇴근 목적으로 차를 소유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엔 영향이 없을까? 글로벌 기업 중에선 재택근무를 팬데믹 이후에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자꾸 생기고, 기존 사옥 대신 규모를 줄인 사무실로 바꾸고 직원도 일부만 남기고 다 재택으로 돌리겠다는 기업도 나온다. 업무용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생길 수 있고, 주거용 부동산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아이티 기업들이 포진된 실리콘밸리에선 아파트 렌트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반대로 실리콘밸리에서 좀 떨어진 지역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너무 비쌌지만 출퇴근 때문에 본사 근처에 살았던 이들이 외곽으로 옮기려는 수요 때문이다. 매일 재택만 하거나, 주 1~2회만 출근하는 경우라면 외곽에 있어도 가끔씩만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면 주거비용을 줄이고 주거만족도는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당장 한국에 적용되진 않지만 한국에서도 재택근무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과 도시 집중화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집에서 좀 더 여유롭고 편하게 일할 거라 오해하는 사람이 있던데, 실상은 반대다. 재택근무에선 권한과 책임이 모두에게 부여된다. 한국식 조직문화는 위계 구조만 강한 게 아니라 임직원 각자가 가지는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거나 겹치는 경우가 많다. 만나서 끈끈하게 관계를 가지는 걸 선호하다 보니 모호한 지시를 하는 상사, 후배의 성과를 가로채거나 묻어가는 상사도 존재했고, 사내 정치가 중요했다. 하지만 재택근무에선 이런 상황이 바뀐다.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고, 누가 무임승차인지가 더 잘 보인다. 이는 스트레스와 노동 강도로 이어질 수 있다. 명상과 요가를 비롯해 취미와 취향 관련 수요는 더 커질 것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해보면 그 나비효과는 끝도 없다. 우리가 출퇴근 방식으로 의식주를 비롯한 사회의 다양한 환경을 오랜 시간 구축해놨기 때문이고, 이들에 균열이 생기는 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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