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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김종인에 어른대는 ‘팽’의 그림자 / 손원제

등록 2020-08-05 15:57수정 2020-08-06 11:08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통합당 쇄신’ 화두를 띄우고 있다. 지난 6월1일 첫 비대위 회의에선 “미래통합당이 진보보다 앞서가는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기본소득’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과 임시정부 정통성 계승을 새 강령에 명기하겠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 동참, 양극화 해소 등의 지향점도 새로 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진취성’은 지적 배경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학 졸업 뒤 독일로 가 경제학을 전공했다. 지도교수 중 한명은 1955년 〈소련 경제의 갈림길〉이란 책을 낸 사회주의 계획경제 전문가였다. 그는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2012)란 책에서 “경제학자든 정부 관료든 1975년 이후 해외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세례를 받은 영미권 유학파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가 전범으로 삼는 이론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전 서독 총리의 ‘사회적 시장경제론’이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으며, 이는 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독일식 ‘질서 자유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에르하르트 경제정책에 힘입어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며 불평등도 줄였다. 그 결과 1957년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이 단독 집권했다.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1959년 기민련의 정책을 일부 반영해 정강정책을 바꾼 것도 그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김 위원장의 구상이 이런 것일 게다. 통합당이 사회 흐름을 잘 읽어 집권하고, 경쟁 정당까지 변화시키는 그림. 문제는 통합당이 동력을 갖고 있느냐다. 김 위원장을 추대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2일 여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적 소유’는 모두 국가가 거둬들여야 한다는 공산주의”라고 비난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한 조세정책을 색깔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통합당 주류가 이런 수준인 한 ‘김종인 구상’은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 때에 이어 또 한번 김종인의 ‘팽’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통합당이 그런 길로 가지 않길 바란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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