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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마지막 식사

등록 2006-01-16 18:15

유레카
미국 인권운동가 마이크 스탠필의 홈페이지(www.privatehand.com)에선 ‘마지막 요청’이란 제목의 짧은 플래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텍사스주 사형수 20여명의 사진과 사형 집행일이, 이들이 주문했던 마지막 식사 메뉴와 함께 3분여 흘러간다. 사형수들은 대부분 평소 좋아했던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지만 간혹 복잡한 조리법을 자세히 첨부한 이도 있다.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치즈버그를 주문한 이, 음식을 거부하고 대신 정의와 관용을 간청한 이, 자신의 식사를 노숙자에게 제공해달라는 말을 남긴 이도 있다.

사형제는 ‘이에는 이’라는 응보론이 그 뿌리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이나 고조선의 <팔조금법>에는 이런 ‘탈리온 사상’이 내포돼 있다. 근대에 들어 생명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자각이 높아졌으나 덜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처형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국제사회 차원의 실질적인 폐지 움직임은 1989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정치적 규약’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규약 1조는 “체약국에선 어떤 사람도 처형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가입국은 유럽과 중남미 나라 일부뿐이다.

최근 국제사면위원회가 2006년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사형 폐지 운동을 벌일 대상으로 한국을 지정했다. 올해만 넘기면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폐지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1997년 23명을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을 멈춘 상태다. 사형제의 대안은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다. 그러나 이 또한 완전한 결론은 아니다. 평생을 좁은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는 무한의 고통이 과연 인간적이냐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은 사형제 폐지 반대가 여전히 과반수를 웃돈다. “당신이라면 마지막 식사로 무엇을 주문할 것인가?” 스탠필의 동영상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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