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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헌법이 수도를 다루는 방식 / 박용현

등록 2020-07-27 17:07수정 2020-07-27 19:26

각국 헌법이 수도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명문의 조항을 두거나 의회에 일임하거나 규정을 두지 않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터키 헌법은 제3조에서 수도를 앙카라로 지정했는데, 국체를 공화국으로 선포한 제1·2조와 함께 제3조를 ‘개정할 수 없는 헌법 조항’으로 위상을 높여놓았다. 반면 북한 헌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평양이다”라는 조항을 헌법 맨 마지막(제172조)에 배치했다. 네덜란드 헌법은 별도의 수도 조항을 두지 않는 대신 국왕의 취임 절차를 규정한 제32조에서 “국왕은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 시에서 소집되는 의회 양원의 공개합동회의에서 선서 및 취임한다”고 ‘끼워넣기’ 식으로 규정했다. 이밖에 중국, 러시아, 캐나다, 오스트리아, 스페인,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의 헌법에 수도 조항이 있다.

수도보다 국기와 국가(國歌) 등 국가 상징물을 헌법에 규정한 경우가 더 많다. 프랑스 헌법은 제2조에서 국어는 프랑스어, 국가상징은 청·백·적의 삼색기, 국가는 ‘라 마르세예즈’라고 규정하지만 수도 관련 조항은 없다. 노르웨이,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비슷하다.

수도를 헌법의 하위 법률로 정한 나라도 있다. 미국은 헌법 제정 3년 뒤인 1790년 법률로 수도를 정했다. 헌법에는 수도의 위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연방의회가 수도의 관할권을 갖는다는 규정만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 헌법은 연방의회의 특별법에 따라 수도를 선포하도록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은 수도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대신 국회 소재지만 케이프타운으로 명시했는데 이를 법률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남아공은 의회는 케이프타운, 대통령과 행정부는 프레토리아, 사법부는 블룸폰테인에 있다. 독일은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통일조약을 통해 베를린을 수도로 정한 뒤 헌법 개정 때 이를 반영했다. 그 전에는 수도 조항이 없었다. 현재도 많은 나라 헌법이 우리처럼 명문의 수도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듯한 수도 조항도 있다. 브라질은 1891년 첫 공화제 헌법에서 인구가 집중된 해안 지역에 있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를 국토의 중심부로 옮겨야 한다는 규정을 뒀고, 이에 따라 1960년 브라질리아로 천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헌법도 연방정부 소재지를 의회가 정하되 최대 도시인 시드니에서 100마일 이상 거리를 두도록 했다.

헌법재판소가 16년 전 관습헌법이라는 기묘한 논리까지 내세워 ‘수도는 서울’이라고 결정한 것은 헌법으로 수도를 꼭 규정해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우리 헌법에 수도 조항은 없는 반면,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해선 “국토의 균형있는 개발”(제120조),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123조) 등 여러 명문 조항이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옮길 근거가 관습이 아닌 명문 규정으로 헌법에 있는 셈이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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