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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못다 핀 꽃’ 리브라 1년 / 김외현

등록 2020-07-01 17:24수정 2021-01-17 10:41

김외현 ㅣ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애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년 전인 2019년 6월18일 발표된 리브라 ‘백서’는 2020년 상반기 서비스 시작을 기약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인프라 부족 등 원인으로 은행 계좌가 없는 전세계 금융소외층 17억명을 위해, 나아가 새로운 ‘글로벌 통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던 리브라의 꿈은 아직 유보된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였다. 국제 질서는 통화 패권과 맞물려 있었고, 각국 국내 정치에서도 통화 정책은 민감했다. 국적 없는 새로운 통화의 등장을 반기는 정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 세계 통화 패권국인 미국은 거세게 반대했다. 마크 저커버그 등 경영진이 의회에 줄줄이 불려 다닌 뒤 페이스북은 끝내 여러 발 물러섰다. 각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 전까지, 무엇보다 미국의 모든 규제 당국한테서 허락받기 전까지 리브라가 세상에 나올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리브라의 처음 계획엔 수정이 가해졌다.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싱가포르 달러 등으로 구성된 바스켓에 연동시킨 단일통화라는 구상은 포기했다. 지난 4월 발표된 ‘수정 백서’는 각각의 통화에 연동된 ‘여러 개의 리브라 코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경과 상관없이 막대한 이용자 규모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의 여러 서비스 위에서 작동하는 통화는 이젠 물음표가 됐다.

페이스북과 함께 리브라에 동참했던 창립 회원사들이 속속 이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2019년 10월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이 빠지면서 리브라 관리 주체인 리브라연합에선 금융기업의 축이 자리를 잃었다. 리브라 서비스 개시 때까지 회원사가 100곳에 이를 거라던 리브라연합은, 8곳이 빠지고 7곳이 새로 들어와 1일 현재 27곳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리브라의 최종 실현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리브라가 촉발한 디지털 통화의 화두는 놀랍게 성장했다. 리브라 백서가 나오자마자 중국의 기술기업들은 ‘위협적’이라고 평가했고, 중국 당국은 이에 호응하듯 당국 차원의 디지털 위안 계획을 대항마처럼 키웠다. 거꾸로 이젠 미국에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을 우려한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속에 각국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화제가 되면서 디지털 통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한국은 금융 인프라가 우수한 편인데다 금융소외층도 많지 않아 리브라 및 디지털 통화가 다소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수한 인프라가 현실에 안주하게 하고 상상력을 억제하는 원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리브라와 그 파생 담론에서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 한국의 이름을 언제 볼 수 있을까.

oihyu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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