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현 ㅣ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미국 <코인데스크>가 해마다 5월 뉴욕에서 여는 세계 최대의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달 11~12일 24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치러졌다. <코인데스크코리아>도 4시간30분 동안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 스튜디오에 출연한 국내 기업 크립토퀀트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비트코인의 거래 방향과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가격 동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발표로 관심을 끌었다. 이른바 ‘고래’(큰손)로 불리는 대량투자자들, 주요 거래소, 그리고 채굴자들의 동향이 가격의 급등과 급락 전후로 특정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시각화한 서비스 사이트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댓글창에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크립토퀀트의 기술은 얼마 전 ‘박사방’ 사건 관련 암호화폐 추적 보도에도 활용됐다. 암호화폐가 저장되는 ‘지갑’의 거래를 분석해 이름표를 붙이고, 흐름을 분석해 자금 규모와 세탁 방식을 추정하는 작업이었다. 거래 기록이 모두 공개되는 블록체인의 속성을 이용한 것으로, 위의 가격 예측 서비스와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다.
블록체인의 이런 특성은 투자와 범죄 수사에선 유용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께름칙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다. 개인의 자산 흐름을 상시 파악한다는데 마냥 반길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며, 보편적 인권의 중요한 요소이다. 더욱이 ‘탈중앙화’라면서 마치 어떤 정부기관도 들여다볼 수 없다던 블록체인 아닌가.
인권운동가들을 지원하는 휴먼라이츠재단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총괄도 최근 토론회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수사당국이 영장도 없이 자금 흐름을 감시하면 이용자들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며, 동석한 블록체인 분석기업 엘립틱 관계자에게 당장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글래드스타인은 엘립틱의 사업이 ‘블록체인 분석’이 아니라 ‘금융 감시’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엘립틱 쪽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수단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크립토퀀트 쪽도 지난주 유튜브 방송에서 암호화폐가 ‘어둠의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논리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위시한 규제기관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각국은 암호화폐 흐름의 공개를 법제화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인권보호와 산업진흥 모두 놓치기 싫다. 다만, 갑론을박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언젠가 기술은 묘안을 찾아낼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의 고민과 도전은 분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니 어느 한쪽도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치열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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